그룹명 732

너와나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이 이야기가 꿈이라면 하은의 꿈일 것이다. 왜냐하면 세미는 배에 탔고 하은은 배에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이 따라가게 되는 건 세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꿈은 꾸는 사람의 뇌가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 우리가 보는 세미는 사실 하은일 수 있다. 게다가 세미가 겪고 있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그런 심증을 더욱 굳히게 된다. 왜냐하면 그 하루동안 세미는 내내 절박한 심정이 되기 때문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하은을 잃어버리고, 절박한 심정으로 하은의 속내를 궁금해 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떠돌아다니는 개의 주인을 찾아주고 절박한 심정으로 개를 찾은 주인의 마음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 절박함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딱 들어맞는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바보 같은 말

바보 같은 말 그렇게 나쁘지 않은 말일 것 같지 않나요? 어감이 좋아요 그렇지 않나요? 요즘 누가 욕하고 싶을 때 바보라고 하나요? 바보라는 말은 주로 귀여울 때 쓰는 말이죠 노래 가사에 나올 때에는 슬픈 의미를 가지고 있을 때도 많죠 구체적인 예가 떠오른 건 아니지만 '바보같은 미소'라는 노래는 처음 부터 떠올랐어요 아주 좋은 노래에요 바보 같은 말 그래도 한 번쯤 들어보고 싶어요 무슨 내용일지 궁금하잖아요 물론 이게 아주 특이한 표현이라고 할 순 없지만 특이한 표현이 꼭 좋은 표현인 건 아니죠 바보 같은 말이라면 오히려 진부한 표현쪽에 가까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좋은 표현인 건 아니겠지만 바보 같은 말이 주는 안정감이 있어요 이미 들은 기분도 드네요 바보 같은 말 그렇게 나쁘지 않은 말이었던..

그룹명/시 ?? 2023.10.16

아무 일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 할 수 있어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관습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지 아무도 놀라지 않을 거야 말 그대로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어 나라면 그럴테니까 하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고 말 할 수는 없어 거기에 따르는 몇 가지 고난이도의 일들을 수행하는 건 쉬운일이 아니야 하지만 사실 아주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 제대로 기억해 낼 자신은 없지만 많은 일들은 늘 일어나고 있어 지금 이 순간만해도 그래 이건 꽤 놀라운 일이야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해 그렇게 평가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 단지 설명을 할 수 없을 뿐 나는 얼마든지 지금 이순간에 대해 별 다섯개를 줄 용의가 있어 어제에서도 찾아보면 꽤 있을 거야 분..

그룹명/시 ?? 2023.10.16

눈 앞에 있는 것

바스락 거리지만 질겨 좀처럼 찢어지지 않아 만지면 만지는 대로 형태는 쉽사리 변하지만 상처를 내는 일은 쉽지 않아 그것은 대체로 무언가를 감싸고 있어서 관심의 포커스는 이동하고 말아 처음에만 눈에 들어오는데 적지 않은 경우 처음부터 통과해 버리곤 해 그럴 때에 그것은 대체로 아름답다고 칭송 받지는 못하지만 아주 오랜 세월동안 살아 남을지도 몰라 굳이 애를 써서 소멸시키려 들지 않는다면 하지만 거기엔 리스크가 따라 좀 더 커다란 리스크가 그것의 최후를 지켜 본 적은 없어 요즘엔 말이야 예전엔 흔했던 것도 같아 그것의 자연스러운 최후를 지켜 본 적은 없어 그것은 나보다 오래 존재할테니까 아마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그것을 위한 무덤을 직접 본 적은 없어 그것은 단수 일 수도 있어 말하기에 따라서는 복수일 수도 ..

그룹명/시 ?? 2023.10.16

보름달

보름달이 뜨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초승달이 뜰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가 그 점을 콕 찝어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분명 당신과 상관이 있다고 틀림없이 당신의 삶 속 깊숙히 침투했을 거라고 그 차이가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냈고 당신이 지금 비틀거리고 있는 이유와 그것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제삼자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 십중팔구 큰 흥미를 느끼게 될 만큼 아주 드라마틱한 방식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해준다면 어떨까 보름달을 볼 때마다 동요하게 될까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동요하게 될까 어떤 시간대에 보느냐에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동요하게 될까 어떤 배경을 두고 보느냐에따라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동요하게 될까 아니면 그냥 완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동요..

그룹명/시 ?? 2023.09.30

여름

여름이 너무 길다 벌써 9월이건만 아직도 여름이다 가을은 언제 오는 걸까? 오긴 오는 걸까? 지금 같아서는 도무지 올 것 같지가 않다 여름은 꼭 필요한 계절이다. 농작물들을 포함한 여러 식물들에게도 여름은 꼭 필요한 계절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더워지는 것은 안 좋지 않을까?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그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나는 이것이 보통의 여름이라고 해도 싫어했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은 어차피 인격이 아니니까 기분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에게 여름을 없애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의도가 있다고한들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는 뜻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는 여름은 나도 좋아한다 매미소..

조각들

그냥 걷기만 해도 맞춰지는 게 있었는데 그건 내 쪽에도 한 조각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걸 이제야 안 건 아니고 이제야 말을 하고 있는 것 뿐이고 흐려졌지 흐려졌어 이제 더 이상 존재한다고 말 하기가 어려워졌어 내 쪽에는 무언가 또렷한 게 없어 그래서 아무것도 맞춰지지가 않아 맞춰진다고 해도 무슨 사건이랄 것이 생겨나는 것 까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래 그건 단지 기분이 좋아지는 일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 아마도 그랬던 것 같아 지금 돌아보니 그렇게 느껴져 나는 지금 걸으면서도 단지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고 있어 물리적 실체는 있겠지만 그래 시간이 필요로 하는 건 늘 그것 뿐이었지 숨을 쉬거나 세포호흡을 하거나 원자들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해 내가 뭘 생각하고 있던 간에, 꿈이나 야망같은 것이 있..

그룹명/시 ?? 2023.07.17

사천오백만년전 오늘

지금으로부터 약 사천오백만년전 오늘을 떠올려 본다 더웠을까 추웠을까 상관은 없다 아직은 갈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변덕 스럽기 그지없다 언젠가는 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괴로울까 얼마나 가고 싶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별 소득 없이 소득 때문은 아니었지만 또 밤에 쏘다녔다 밤은 매일 오니까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낮도 매일 온다 어쨌든 낮이든가 밤이든가 둘 중에 하나인 것이다 애매한 지점이 없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당신은 선택 할 수 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지도 모르지만 시간은 결국 갈 것이고 당신의 예언은 실현될 것이다 당신의 말에 반대한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상황은 점점 더 당신에게 유리하게 흘러 갈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반대일 ..

그룹명/시 ?? 2023.04.23

습관

내가 무얼 봤지? 창가에 앉아 유리창너머로 밤이었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어 어쩌면 몇몇 사람이 지나갔는지도 모르지만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 나는 몇 권의 책을 뒤적였지만 음악소리가 귀에 들어왔어 적당히 자극적인 부분이 있는 노래였어 목소리가 누굴 좀 닮았는데 사운드는 달랐어 그 목소리 닮았다고 했던 그 사람의 노래와 말이야 하지만 재미있었어 그래서 집중 하지 못 했던 것 같아 흥미로운 것들이 두개 이상 있으면 어느 것에도 집중 할 수 없어 하지만 밤 풍경이었다는 건 기억해 아주 특별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단조롭고 휑한 풍경이었어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 풍경을 보았어 말소리도 들려왔어 나는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 할 수 있었지만 문장 두 개를 이어서 생각하지는 못 했어 그것들은 결국 날아가 버렸어 밤 풍경 속으..

그룹명/시 ?? 2023.02.27

짬뽕

이렇다할 목적이 없어서 짬뽕을 찾았다 건너 건너 맛있는 짬뽕을 파는 중국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마전에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짬뽕 이야기만 들은 것은 아니다 아마도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목적을 찾아내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나는 짬뽕을 찾았다 써놓고 보니 다소 진부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때는 이걸로 글을 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고민하지 않았다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길이었다 다합치면 두시간 가까이 걸었을테지만 짬뽕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부터 계산하면 한 시간이 조금 안 되었을 것이다 가는 길은 비교적 단순했다 어느 지점부터는 그냥 큰 길을 따라 죽 걸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전에도 몇 번 걸어봤던 길이었다 당연히 그 중국집도 지나쳤을 것이다 그때는 그 중국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