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732

스크린샷

열 여섯개의 스크린샷 아이콘이 바탕화면에 있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들은 전부 내가 캡쳐한 것들이다 배경화면으로 쓰기 위해서 그것들 모두 한 번쯤은 배경화면이 된 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 따 온 것들이다 그 플레이리스트들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이다 꼭 스크린샷을 따기 위해서는 아니었는데 스크린샷을 따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보다 원초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보기 위해서 아주 감상적인 일러스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야기가 없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대부분 고통스럽다 고통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매번 고통만 좇을 수는 없다 사실..

그룹명/시 ?? 2022.12.28

에어플레인 밀크

'에어플레인 밀크' 라고 읽었다. 영어로 쓰여져 있는데 사실은 '알파인 밀크'였다. 였다고 하니 과거의 일인 것 같지만 지금도 그렇다. 지금도 '알파인 밀크'라고 쓰여져 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에어플레인 밀크'라는 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비행기 우유? 비행기에서 주는 우유라는 뜻일까? 그런데 비행기에서 주는 우유는 굳이 포장지에 써 놔야 할 정도로 특별한 걸까? 역시 비행기는 비싸기 때문에? 하지만 저가 항공도 있는데? 저가라고 해서 아주 싼 건 아니겠지만 우유에 관해서라면 반드시 비싼 우유를 줄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던데 그럼 고가 항공에만 특정되는 이야기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너무 번잡해진다 '비행기우유에서 비행기란 물론 비행기이긴..

그룹명/시 ?? 2022.12.25

우승

오늘밤엔 아무래도 내가 우승을 차지해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잠자기 대회를 개최하는 거다 어차피 혼자만 참가 할 것이기 때문에 우승은 따논 당상이다 한시간 안에 잠들어도 여섯시간 만에 잠들어도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나다 트로피는 없지만 상품은 있다 마침 먹다 남은 자두가 있으니까 자고 일어나면 먹어야 겠다 우승 상품으로 먹는 자두는 얼마나 맛있을까? 어쩌면 어제 먹은 자두보다 못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낙관한다 자고 일어나면 단 게 먹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수분도 그렇고 자두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훌륭한 상품이다 그렇게 고민했던 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딱 알맞을 수가 있는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종목이 잠자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예 자두 먹기 대회를 개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걷..

그룹명/시 ?? 2022.09.09

추리

탐정도 아니면서 추리를 하곤해요 정답을 맞춘 적은 거의 없지만요 그렇게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추리를 하곤 하죠 문제도 아닌데 답이 있을리가 있나요? 문제를 만들어 내면서도 그걸 몰라요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말이에요 건강하지 못한 습관이에요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도 안되죠 도움이 되기는 커녕 단순한 상황조차 엉켜놓는 게 습관이 됐어요 잔뜩 헝클어 놓으면 마치 깊이 있는 추리의 결과 인듯 보일 때도 있지만 애초에 헝클어 놓은 건 나의 추리였죠 결국 그걸 풀기 위해 최종적으로 풀어야 하는 건 또 나의 추리예요 애초에 추리를 하지 않았으면 되었겠지만 그랬다고 뭐 딱히 좋은 일이 생겼을까 싶기도 해요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건강한 정신으로 오래 살았겠죠 별 일 없이 그냥 살았겠네요 그..

그룹명/시 ?? 2022.07.13

이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별을 하니? 추억하고 상상하고 상념에만 젖는 건 시시한 일 아니니? 같이 노는 것에 비하면 말이야 내 머릿속에 너보다는 언제나 진짜 네가 재미있었는데 언제나 그랬지 비교할 수조차 없지 상상은 부족해 모자라고 빈약할 뿐 아무것도 너를 대체 할 수는 없어 네가 만일 날 떠난다면 나는 결코 너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야 기억이란 건 얼마나 초라하니 그렇게 윤색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결국엔 그조차 나의 상상에 가까워질텐데 그런 건 사랑할만한 것이 못 되니까 내가 상상해낸 것 중에 진짜 너와 비교할만한 것은 없으니까 네가 떠나면 나는 그냥 그대로 둘 꺼야 중단된 메시지창처럼 네가 없어진 그대로 아무도 네 차례를 대신 해 줄 순 없으니 나는 아무것도 상상해내지 않을거야 나머지..

그룹명/시 ?? 2022.07.13

내일은 눈

내일은 눈이 내렸으면 해요 그럴리는 없겠지만요 그래서는 안되겠지만요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으면 해요 그저 평화롭게 모든 조건들이 그렇게 맞춰졌으면 해요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맞춰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시간이 빨리 흐른다해도 나쁠 건 없겠네요 그냥 눈이 내렸으면 해요 온 세상이 차가워 졌으면 해요 온 세상이 포근해 졌으면 해요 고요한 밤에 산책을 하고 싶어요 두꺼운 패딩을 입고 말이에요 단지 쌓여있는 눈을 밟고 싶은 건 아니랍니다 내리는 중이었으면해요 내가 걸을 때 알알이 크고 또렷한 함박눈이 내렸으면해요 바람도 없이 그저 고요하게 내리는 눈송이들을 맞으며 걷고 싶어요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필요한 밤이었으면 좋겠어요 마스크도 필요없는 밤이었으면 ..

그룹명/시 ?? 2022.07.03

우울의 거품

우울의 거품들은 우울에서 나올 때도 있지만 그렇든 아니든 떠다니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때로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빛도 소리도 감정도 약간씩은 차단되어 보호막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때로는 공중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그건 말이 안되기 때문에 한참을 떠다니다보면 세상과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실은 세상이 아닌 어딘가를 떠다니게 된다 거기는 마치 꿈과 같은데 실제로 꿈일 때도 있다 바늘로 터뜨려도 별로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바늘로 터뜨리지 않을 때와 별로 다르지도 않으니 그런 쓸데없는 실험은 안 하는 게 낫다 다른 거품들을 구경 할 때도 있는데 안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명확한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말로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하면 ..

그룹명/시 ?? 2022.06.30

장마2

장마라는 건 어제 내린 비가 오늘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실은 다르다는 걸 알지만 실은 잘 모르기 때문에 결국은 마찬가지이다 나의 자그마한 세계 그 속에서 차지하는 의미로는 그렇다 어제는 지나가 버렸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문제인 것 같지만 실은 안심이 되는 면도 있다 그것이야 말로 문제인 것 같지만 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다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실은 다른 생각도 든다 무언가를 예감하고 있는 것 같다 별로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장마와 마찬가지이다 어두운 밤하늘에 하염없이 비가 내려오고 있다 끝없는 잠에 잠기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약간의 푸른빛이 느껴진다 들여다보면 완전한 어둠은 없고 그렇게 부르곤 하는 취향에 따라 아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는 무드가 있다 어제도 그랬는지는 확실치 않다 나는 ..

그룹명/시 ?? 2022.06.30

장마

요 며칠 수증기속을 헤메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마침내 비가 왔다 어쩐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모처럼만에 산책을 나섰다 우연히 메기를 만났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서 함께 놀았던 그 메기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잘 지냈니? 라며 메기가 먼저 말을 건냈다 나는 어쩐지 정확하게 대답을 해야한다는 스스로가 만들어 낸 압박감에 시달렸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차에 오랜만이지? 라며 또 다시 메기가 먼저 말을 건네주었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때가 마치 전생처럼 느껴져 그러자 메기는 의외로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는데 아니 그건 전생이 아니야 나는 좀 놀랐던 것 같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주 진지한 태도를 메기에게서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그룹명/시 ?? 2022.06.29

브로커

오랜만에 극장에가서 영화를 봤다. 브로커. 아이유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따뜻한 시선의 영화여서 더욱 좋았다 보면서 눈물도 많이 흘렸다. 사람이 혼자서 극복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좁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적 안전망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에서 제도적인 도움을 받지 못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좀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야 필요가 있겠지만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장에서는 제도의 개선에 걸리는 지난한 시간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 영화속 소영과 우성도 그렇다. 이들에게는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우연히 모이게 된 사람들이 이 역할을 수행하게 되..